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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업무 국가사무 지정, 타부서에 막히고
- 3기 신도시는 주민 반발에 막히고
- 김해신공항 논의서는 배제되기도
- 단독 결정권 없이 책임만 강조
- 대의 위한 결정, 긴호흡으로 봐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오전 산하 15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기관장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국토교통부 업무는 바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긴 호흡으로 정책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해야지, 단기간에 결과가 안나온다고 탓하면 안된다. 요즘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가 문제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국토교통부에서 고위공무원을 지낸 한 전직 관료의 쓴소리다. 그는 최근 이슈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국토부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는 “사실 민생과 관련한 굵직한 정책들은 국토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권한이 있는 것들도 타부서의 반대로 못하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버스 파업, 3기 신도시 선정, 주택 공시가 논란, 김해 신공항 백지화 등 뜨거운 이슈 한 가운데 서 있다. 특히 버스 노조의 총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모두 국토부로 향하고 있다. 버스 관련 업무는 각 지자체의 역할이지만,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재정 지원 문제로 확산하면서 국토부가 타깃이 됐다. 국토부는 일반광역버스 사무를 단계적으로 지자체에서 국가 사무로 바꿔 나가고, 준공영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부 부처와 지자체 반대에 부딪혀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은 국토부 몫이 됐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반영했지만, 이는 결국 국토부를 향한 반발로 이어졌다. 지난 12일 일산·파주신도시 주민들은 경기 파주시 운정행복센터 사거리 앞에서 500명 이상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3기 신도시 예정지로 고양창릉이 포함된 데 따른 불만을 표출했다. 고양시에 예정된 입주물량만 고양 창릉 3만8000가구를 포함해 총 9만500가구로 아파트값 하락, 지역 노령화, 도시 슬럼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일산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시장 한 전문가는 “당장은 집값 하락에 화가 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거안정에 큰 도움이 될 정책”이라며 “무조건 국토부를 탓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3기 신도시 지정과 관련해서는 가장 상처를 받은 인물이 김 장관 자신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치권에서 미리 예정지를 유출해 발표 일정을 미루는 등 해프닝을 겪었다. 결국 3기 신도시 예정지 5곳을 3차에 걸쳐 최종 발표했지만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상황이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김 장관을 잘 하는 고위공무원은 “김 장관이 개인의 (정치적) 욕심만 생각했다면 수도권 서부지역 내 공급 계획 발표를 늦췄을 것”이라며 “국민들께 주택공급 확대 약속을 한 만큼 대의를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단독주택 공시가 인상 논란도 잘 하려다 뭇매를 맞은 경우다. 공시가는 보유세 등 각종 세금의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에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오르는 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지난해 집값이 많이 뛴데다 공시가가 현재 시세의 60% 수준밖에 안 돼 실제 집값에 근접하게 공시가를 매겨 조세 정의를 바로잡겠다며 고가 주택 위주로 인상폭을 높였다. 하지만 민원을 의식한 서울 8개구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을 무시하고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를 표준주택보다 이례적으로 낮게 책정해 논란이 됐다.
경남 김해신공항 건립 백지화 주장도 국토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이슈다. 부산ㆍ울산ㆍ경남에서 자체적으로 구성한 김해신공항 검증단(부울경 검증단)은 지난달 24일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국무총리실에 추진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논의 대상인 국토부가 빠졌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 부울경 검증단에서 제안한 국토부와의 공동 검증 조건을 수용했지만 당초 제안과는 달리 부울경 검증단은 자체 기준에 따라 검토를 진행했고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워낙 많은 업무를 맡고 있고 대부분이 민생과 직결돼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면서 “후임 장관 낙마로 ‘제2의 임기’를 보내고 있는 김 장관이 최근의 뜨거운 이슈들을 어떻게 수습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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