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불가, 청약부적격자, 깡통전세가 우리를 옥죄며 ‘집값’ 걱정이 가라앉지 않는다. 다주택자, 1주택자는 물론 세입자마저 얼어붙었다. 해외 금융환경도 ‘폭락’ 예측을 거든다. 지방발(發) 미분양이 서울까지 북상했고, 대출규제로 계약이 포기되고, 전셋집도 빠지지 않는다. 실수요자도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물량이 강남3구에 쏟아질 예정이다. 작금의 시장은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라는 푸념도 나온다. <머니S>는 시장을 긴급 진단하고 집값 조정의 끝은 어디일지 알아봤다.<편집자주>
[집값 어디로 가나] ④꿈틀대는 정비사업, 파급효과는?
서민 체감도는 낮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매주 내림세다.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압박에 시장 관망세가 짙은 탓이다.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도 제자리걸음이다. 서울시는 무조건 부수는 재개발을 지양하겠다고 못박았다. 국토교통부에서는 현행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10년 늘리는 안전진단 강화가 논의 중이다. 세부담을 가중시키는 초과이익환수제 등까지 겹쳐 조합 입장에서는 꼼꼼히 짚어봐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인기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올해 재건축 물량이 대거 공급 대기 중이라 집값이 다시 꿈틀댈 조짐이다. 목마른 노후아파트에 새 아파트를 적셔줄 정비사업이 과연 하향세를 그리는 집값을 상승세로 견인할지 주목된다.
잠실5단지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시청앞에서 열린 잠실5단지 재건축 승인 촉구를 위한 2만 조합원 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강남 재건축, 집값 올릴까
최근 잠잠했던 강남3구 재건축 분양시장이 다시 꿈틀댄다. 그동안 미뤄왔던 물량이 4월 이후 쏟아질 것으로 전망돼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2분기(4~6월) 중 강남3구에서 분양 예정인 물량은 10개 단지, 총 7502가구(아파트기준, 임대제외)며 이 중 300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7배 많은 수준이다. 또 최근 5년 같은 기간 중 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던 2016년(332가구)보다 약 10배 많다.
구별로는 송파구가 전체의 74.8%인 2251가구를 차지하고 서초구 443가구, 강남구 315가구 순이다. 분양 예정인 10개 단지 중 6곳은 재건축, 1곳은 재개발 사업장이며 나머지 3곳은 위례신도시 택지지구 물량이다.
기간을 연내로 늘리면 일반분양 물량은 배로 뛴다. 연내 강남3구의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6430가구다. 해당지역이 개포·대치·삼성·역삼·반포·방배·서초·거여·위례신도시 등 삼박자 인프라(교통·교육·편의)를 갖춘 인기지역인 만큼 시장의 이목을 끌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강남3구 재건축 분양물량은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다. 또 주변 시세가 현재보다 떨어져도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인데다 2~3년 후 입주하는 만큼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앞세워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수요자가 몰릴 전망이다.
◆"그래도 비싸다"… 그들만의 리그
실제로 국토부의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2021년 7월 입주 예정)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올 2월 17억2117만원(10층)에 거래돼 최초 분양가 13억8950만원보다 3억3167만원이나 뛰었다.
또 인근의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2020년 9월 입주 예정)도 올 1월 59㎡가 13억9339만원(3층)에 거래되며 최초 분양가(11억1700만원)보다 2억7639만원의 웃돈이 형성됐다.
이처럼 억대 프리미엄이 형성돼 ‘로또’라고 불리는 강남3구 재건축 일반분양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쏟아질 예정인 만큼 수요자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 분양 흥행을 매개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해당 물량이 아무리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나온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분양가임에는 틀림없다. 단지 3.3㎡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분양가가 시세 대비 싼 것일 뿐 서민 등 실수요자가 느끼기에는 전혀 싼 값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현금 부자에게 청약 기회가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대출규제 여파로 분양가 9억원 이상은 중도금 대출이 어려운 데다 강남권에 신규 공급되는 단지는 대부분 이를 뛰어 넘는 고분양가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강남3구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가 적용된다. 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시장 전반이 규제를 받는다.
따라서 고분양가를 감당할 만큼의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현금 부자들에게 분양을 앞둔 강남3구의 재건축 아파트는 군침을 흘릴 만하다.
◆9·13대책 이후 뚝… 하락세 언제까지?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가 로또로 불리지만 현재 시세는 내리막길이다.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반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거래량이나 가격변동률, 실거래가 등을 통해 대책 효과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아파트 매매가는 9·13대책 이후 1.36% 떨어졌다. 하락세를 주도한 곳은 ▲강동구(-4.37%) ▲강남구(-3.03%) ▲송파구(-1.96%) 등이다.
투자 성격이 강한 주요 재건축아파트는 거래절벽 현상의 장기화와 마이너스 변동률이 누적되며 실제 거래가격 기준으로도 1억~2억원 급락한 단지가 속출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76㎡, 84㎡의 경우 지난해 9월14일 대비 올 4월12일 기준 2억500만~2억5000만원 하락해 변동률 기준으로 10%~14% 급락했다. 같은 시기 개포주공6단지 53㎡는 2억5500만원 내려가 -17%의 변동률을 보였다.
이 같은 내림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짙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진 서울 재건축시장은 반짝 거래 이후 급매물이 소진되면 거래는 다시 실종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지적으로 급매물 소진에 따른 반짝 상승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정부의 규제로 이렇다 할 반등 요인이 없는데다 일부 거래된 급매물도 바닥권 거래여서 본격적인 가격 반등으로까지 이어지긴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0호(2019년 4월30일~5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