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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분양이라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청약에 도전했던 수요자들이 최근 높아진 분양가와 주택시장 침체로 눈치보기로 돌아섰다.
경기도 용인 아파트 단지 전경. /조선일보DB
부동산정보 서비스업체 직방이 올해 1분기 아파트 분양시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 평균 청약경쟁률은 8.6대 1로, 지난해 4분기(37.5대 1)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국 평균 청약률도 13.8대 1을 기록해 전분기(16대 1)보다 열기가 식었다. 1순위에서 가볍게 청약자를 채웠던 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들도 최근엔 청약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건설이 경기도 용인에 공급한 ‘수지 동천 꿈에그린’은 평균 3.97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74㎡D는 예비당첨자 모집정원인 1.8배를 채우지 못해 2순위까지 청약을 진행하고서야 청약자를 채웠다. 동천동은 신분당선 덕분에 용인에서도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이지만, 전용 74㎡A가 6억원, 84㎡A가 6억7000만원에 이르는 높은 분양가 탓에 수요자들이 외면한 것이다.
실제로 입주를 앞둔 ‘동천자이2차’ 전용 84.97㎡ 12층 분양권은 4월 6억5337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보다 가구 수도 적고 주상복합이라는 약점이 있는 수지 동천 꿈에그린 분양가가 비슷한 수준에 공급되자 인근 수요자들도 청약 이점을 느끼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 팔달구에 공급된 ‘수원 우만 한일베라체 에코플러스’도 평균 청약률이 2.23대 1로 부진했다. 이 아파트는 전용 62~81㎡가 3억6460만~4억6600만원에 분양됐다. 이는 지난해 3월 분양한 ‘수원인계 동문굿모닝힐’보다 3000만원가량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 프리미엄(웃돈)을 고려해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불안한 주택시장 전망 탓에 수요자들이 청약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포스코건설이 경기도 남양주 진접읍에 분양한 ‘남양주더샵퍼스트시티’도 마찬가지다. 전용 84㎡ 분양가는 3억260만~3억56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는 인근 ‘진접센트레빌시티2단지 ‘전용 84.98㎡ 10층이 4월 2억2500만원, 1단지 전용 84.98㎡ 17층이 3월 2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최대 8000만원 비싼 수준이었다.
청약을 앞둔 GS건설의 ‘방배그랑자이’도 언덕 지형에다 인근 학군이 애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3㎡당 4687만원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수요자들의 불만이 나오면서 청약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 아파트 3.3㎡ 평균 분양가는 고급아파트를 제외한 일반아파트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요자들은 1순위 통장을 써서 청약에 당첨돼도 이제는 차익을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는 데다 부동산시장이 부진한 분위기라 웃돈이 기대만큼 붙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기과열지구가 아니더라도 수도권 민간택지 전매제한이 6개월에서 소유권이전 등기 때까지로 강화된 것도 부담이다.
무순위 청약에 최근 수요자가 몰리는 것도 이런 주택시장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한양의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는 무순위 청약자만 1만4300명이 넘게 몰렸고,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는 잔여가구 174가구 모집에 5835명이 신청했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고, 주택 보유와 세대주 여부도 따지지 않으며, 당첨자 기록도 남지 않아 나중에 1순위 청약을 넣는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일단 넣고 보자’는 식으로 나서는 것이다.
분양대행사 예성씨앤씨 권기택 대표는 "지금 분양을 받아봤자 입주 시점인 2~3년 후 집값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 게 청약 열기가 꺾인 이유 가운데 하나"라며 "교육·생활환경·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하락기에도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지역을 제외하면 앞으로 이런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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