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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 피하자" 강남·여의도서 후분양 아파트 늘어난다
강남 재건축, 여의도 MBC 부지 등 HUG 분양가 규제에 후분양 여부 검토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 전경.
강남과 여의도 등 서울 요지에서 공동주택을 지은 뒤 입주자를 구하는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후분양 권장 정책을 수용한 것이라기보다 분양 보증 심사 권한을 쥐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최근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자구지책으로 보인다.
특히 HUG가 오는 24일부터 종전보다 강화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을 적용하면 현 기준보다 분양가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강남권을 중심으로 후분양 단지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옛 MBC 부지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한 채 다음달 오피스텔만 먼저 분양하기로 했다.
아파트를 착공 시기에 선분양하기 위해서는 보통 HUG의 분양 보증을 받아야 금융기관의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비로소 입주자 모집공고도 할 수 있다.
신영과 GS건설, NH투자증권으로 구성된 ‘여의도 MBC 부지 복합개발 PFV(투자금융회사)’는 최근까지 보증을 받고자 HUG와 논의했으나 분양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 측은 여의도에서 14년 만에 분양하는 고급 아파트임을 들어 3.3㎡당 평균 4000만원 이상을 검토 중인 반면, HUG는 주변 시세를 고려해 3000만원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HUG는 현재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 대해 인근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의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없을 때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까지 인상을 허용한다.
근래 분양 단지가 없으면 시세도 함께 고려한다.
그러나 오는 24일 이후부터는 동일 행정구역에서 분양한 비교 사업장 평균 분양가의 10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또 최근 1∼2년 내에도 신규 분양 단지가 없을 때는 인근의 기존(준공) 아파트 시세를 비교 대상으로 정해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브라이튼 여의도의 아파트 분양가는 최대 3.3㎡당 3400만원대 중반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에서는 오피스텔을 빼고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는 1곳도 없는 데다 지난 2008년 3월 입주한 ‘여의도 자이’의 시세는 3.3㎡당 3443만원선이다.
인근 신길동과 대방동 등지는 여의도동보다 평균 매매가가 더 낮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14년간 새 아파트 분양이 없던 여의도는 비교 대상도 마땅찮은데, HUG가 이번에 개정한 심사 기준을 무조건 원칙적으로 적용한다면 브라이튼 여의도는 선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후분양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과천 중앙동 소재 과천 주공 1단지는 지난달 조합원 총회에서 후분양을 결정했다.
조합과 HUG가 일반 분양가 협의를 했으나 조합이 제시한 금액(3.3㎡당 3313만원)이 비싸다는 이유로 HUG가 분양 보증 발급을 거부한 탓이다.
조합은 전체 공정률이 80%를 넘어서는 오는 11월 말 이후 일반 분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일반분양을 앞둔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후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조합원 이주가 마무리된 신반포 3차와 경남 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는 분양가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 후분양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 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2017∼18년 시공사를 선정한 강남 재건축 단지는 건설사가 후분양을 수주 공약으로 내건 곳이 적지 않다”며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후분양 단지가 늘어남은 물론, 완전 준공 후 분양하는 단지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준강남으로 부상한 동작구 흑석 뉴타운 일대도 후분양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일반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흑석3구역의 조합 측은 현행 기준을 넘어서는 3.3㎡당 3000만원대 중후반의 분양가를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 가장 최근에 분양된 아파트인 ‘흑석 아크로리버하임’의 2016년 당시 분양가는 3.3㎡당 2200만∼2400만원이었는데, 현재는 4400만∼4700만원으로 전용 85㎡ 시세가 15억∼16억원에 달하고 있다.
24일 이후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흑석 3구역의 일반 분양가는 비교 사업장의 105%인 3.3㎡당 2300만∼2500만원으로 제한되고, 현행 기준을 적용해도 110%인 3.3㎡당 2400만∼2600만원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재개발 조합에서는 현재 후분양 가능성을 함께 타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물론이고 도시정비사업에서 후분양이 늘어나면 향후 2∼3년 간 서울에서는 신규 분양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일반 분양가가 계속 제한되면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추진이 어려워지는 탓이다.
건설업계는 앞으로 서울에서 분양하는 도시정비사업에서 후분양 단지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년여 후 분양시장을 예측하기 쉽지 않고, 일반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을 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후분양 선택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2년 후 분양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후분양 쪽이 되레 위험이 더 크고 조합의 추가 부담금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조합과 시공사, 시행사 등 분양사업 주체의 득실에 따라 후분양 여부가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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