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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새 분양가 심사기준…"분양가는 잡겠지만, 로또청약 과열 우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강화한 ‘분양가 심사 기준’이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 견제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로또 분양’ 열기를 달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HUG가 전날 발표한 고(高)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안에 대해 이 같이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개선안이 적용되면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는 반면, 이에 따라 시세 차익을 노리는 청약 시장의 열기가 더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분양가 억누르기가 향후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고 간접비용 전가 등의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공덕 SK리더스뷰 아파트 계약 취소분 1가구에 대한 청약에 4만7000명이 몰렸다. 2년 새 이 일대 아파트 가격이 4억~5억원 올랐는데, 2년 전 분양가로 아파트를 살 수 있으니 이른바 줍줍족이 몰렸다. /조선DB
HUG는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안을 지난 6일 발표했다. 2년 10개월 만에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아파트 분양가 심사기준을 손질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파트 단지의 고분양가 여부를 인근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와 비교해 판단했는데, 이 기준을 ‘1년 이내 분양’ 기준, ‘1년 초과 분양’ 기준, ‘준공’ 기준 등 세 줄기로 세분화하고, 분양가의 상한기준을 지금보다 최대 10%포인트 낮췄다. 개선안은 오는 24일 분양 보증 발급분부터 적용된다.
◇"분양가 가격 견제 효과 있다"
우선, 서울과 경기 과천·분당, 대구 수성구 등 전국 34개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종전보다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분양가를 판단하는 비교사업장 기준이 보다 구체적으로 바뀌면서, 과거보다 분양가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해져 간접적인 고분양가 견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전문위원은 "기준을 넘기만 하면 ‘고분양가 사업장’이 되는 격이라, 사업자들이 종전보다는 낮은 금액으로 분양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신축임에도 분양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 개선안은 신규 분양 아파트 분양가를 △인근에 최근 1년 안에 분양한 아파트가 있을 경우는 그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게 하고, △분양 후 1년 이상 지난 아파트만 있을 경우, 그 아파트 분양가에 시세 상승률을 반영하되 상승률은 최대 5%까지만 적용한다. △이미 준공한 아파트만 있을 경우에는 주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채 전문위원은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지구의 분양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며 "또 조합원이나 시행사 입장에서는 분양가를 높이고 싶기 때문에, 여력이 되는 조합 또는 시행사의 경우 후분양을 택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약 로또 과열 조장"
청약 시장의 열기가 과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서울 등 34개 고분양 관리지역을 두고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이 큰 편인 데다, ‘신축 아파트값이 기존 아파트값보다 비싸다’는 일반적 인식이 고려된 전망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입주 후에는 집값이 올라간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규제로 분양가격을 눌러둔 신축 아파트 단지를 분양받기만 하면 ‘로또’라는 시각이 크게 작동하게 돼, 결국 청약이 로또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상욱 전문위원도 "청약은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고, 반대로 기존 주택 시장은 더 외면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청약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요가 이연되는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 누르기에 불과…부작용 초래"
전문가들은 HUG의 새 심사기준을 통한 고분양가 관리 규제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건비와 원자재 값은 오르고 있는데 분양가는 못 올리게 누르는 격"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공급에 위축 현상을 부르고, 공급이 위축되면 기존 아파트 집값이 다시 올라가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개선안은 단기 처방으로 항생제를 쓴 격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사업자가 발코니 확장 등 옵션으로 비용을 전가하거나, 인근 준공된 지 10년 이내 아파트 매매가격이 이미 높은 수준일 경우에는 분양가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보다 분양가 공개 항목을 늘리는 등의 추가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한편, 일부 네티즌은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할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한 것으로, 새 차를 중고차 가격에 팔라는 격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대로 "그동안 고분양가 아파트가 주변 집값 시세를 같이 끌어올리면서 시장의 거품을 조장해왔기 때문에 적절한 시장 개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허지윤 기자 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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