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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분양 개방놓고 HUG-건설사 대립 지속
- 건설사 "일방적 가격 제한, 청약과열 등 유발"
- 국토부 "공정위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 없어"
올 들어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한 한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출처:이데일리)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민간에 맡겼다가 만에 하나 보증 사고가 나면 과연 (민간회사가) 책임을 질 수 있겠나? 주택 분양보증은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국토교통부 관계자)
“민간도 분양보증에 참여해야 경쟁이 되고, 아파트 분양이 늦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민간 건설회사 임원)
주택 분양 보증시장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간 건설사들은 “분양 기관을 2개 이상으로 확대해 아파트 분양이 원활해지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시장을 개방하면 분양가 통제를 하기 어려워진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공동주택 분양보증 발급 업무를 하는 유일한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가 보증심사시 분양가 규제를 더 강화하기로 하자 분양 지연 및 사업성 저하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시장 개방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개방은 해야하는데, 분양가 규제 어쩌나”
분양보증은 건설사 등 사업자가 파산하면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이 사업 이행, 계약금·중도금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20가구 이상의 주택을 선분양(건물을 짓기 전에 분양하는 것)할 때는 HUG에서 분양보증을 받아야 입주자모집공고를 낼 수 있다.
보증 업무 독점은 여러번 이슈가 돼 왔다. 이명박정부 당시에도 2016년까지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유야무야됐다. 오히려 정부 출자회사에서 공기업으로 공공성이 강화됐다. 하지만 문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17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2020년까지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라’고 국토부에 권고 했다.
건설업계가 보증 시장 개방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공정위의 당시 권고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7년 7월 26일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먹거리·생필품·레저·공공서비스 등 경쟁제한적 규제 39건 중 분양보증 업무 등 8건의 경쟁제한적 규제에 대한 개선안을 도출했다. 후속방안으로 공정위와 국토부는 당시 오는 2020년까지 주택분양보증 업무 수행기관으로 보증보험 회사를 추가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분양보증 기관을 민간 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이나 건설공제조합 등으로 확대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라는 취지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내년에 복수 기관을 선정하려면 지금부터 슬슬 준비가 들어가야 하는데 국토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비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주택공급규칙상 보험사가 분양보증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한 건설공제조합보다 서울보증보험 같은 곳은 바로 (분양보증 업무를) 할 수 있다”며 “민간도 분양보증에 참여해야 경쟁이 되고 분양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데, 국토부가 과거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정위의 권고는 말그대로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 꼭 지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시기적으로 너무 이른 요구”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지금 시장 상황이 2년 전과 달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 보증심사 기관을 여러 곳 두자는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집값 과열을 컨트롤할 수 있는 현 체제를 유지하느냐와 경쟁을 통한 분양보증심사 업무의 합리화 논리가 충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이어 “만약 복수 기관을 세운다면 집값 과열 상황이 발생할 시 이를 컨트롤하면서도 경쟁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분양가 통제, 사업 발목”
건설회사들의 보증시장 개방 요구가 커진 주된 이유는 단순히 경쟁 유도를 통한 보증수수료 인하 목적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에 대한 반발이 들어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허그의 분양보증을 받아야만 하는데, 정부가 이를 분양가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달 초 HUG가 지나치게 높은 아파트 분양가를 잡기 위해 분양가 심사기준을 변경하면서 건설업계 불만이 더욱 커진 상태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아파트를 신규 분양할 때 기존에는 주변 분양가의 110%를 넘지 않도록 했으나, 앞으로 평균 분양가의 100% 이내에서 분양가를 정하도록 했다. 신규 단지 분양가가 기존보다 싸지게 되면 재건축 조합원들이나 건설사들은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상황이 이렇자 몇몇 서울 동작구 흑석동이나 과천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후분양’을 검토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독점 기관이 분양가격을 제한하면서 서울에서는 투기 수요가 유입돼 청약 과열, 수도권 공급 지연 등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HUG가 분양보증을 중단하거나 업무를 지연시킬 경우 주택업체들은 다른 대안이 없어 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사업비가 증가하는 등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복수의 기관을 반드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 자산관리학과 교수는 “분양 보증은 선분양을 전제로 하는데 부동산 과열 시기에 선분양을 하면 정부 입장에서 당연히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선분양 제도가 유지된 우리나라 분양시장의 특성을 볼 때 현재 놓치고 있는 점은 무엇인지 개선해서 HUG의 업무 능력을 고도화하는 것이 우선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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