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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상반된 통계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서울 집값이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실거래가가 직전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아직 서울 집값이 내려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일부 지표가 반등을 시작하며 일어난 현상인데, 결국 아직 시세가 오르기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볼만한 지표도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7일 KB국민은행의 6월 주택가격동향 시계열자료를 보면, 6월 서울의 주택매매종합가격은 전월 대비 0.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뜻 보면 집값이 오른 것 같지만, 시장에서 주로 찾는 아파트를 떼어서 보면 얘기가 다르다.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0.08% 하락했다. 각각 0.86%와 0.17% 오른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이 서울 부동산 통계를 끌어올린 셈이다. 아파트 값이 오른 자치구는 네 곳에 불과했다. 전월 대비 0.16% 오른 양천구를 비롯해 금천(0.11%)구와 서대문(0.04%), 성동(0.02%) 정도가 올랐을 뿐이다.
하지만 조금 더 최근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시세는 반등한 모양새다. 6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격은 0.01% 상승세를 보이면서 27주 만에 반등했다. 상승을 말하기 어려운 수준의 미미한 수준이지만, 만약 상승세가 확산한다면 7월부터는 월간 지표로도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은 오름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시장 동향을 가늠할 선도지수와 거래 관련 지표들은 조금 먼저 오른 모양새다. 우선 시가총액 상위 대단지들의 시세를 종합한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6월 들어 전월 대비 0.80%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대표성 있는 아파트 단지가 먼저 오르기 시작하면 시세 맞추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인근 아파트 가격이 연달아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지수는 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선도아파트50 지수는 지난해 12월 하락으로 반전해 5개월 연속으로 하락했고, 5월부터 상승으로 전환했다.
매매거래의 활발함을 보여주는 매매거래지수는 지난 4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거품 논란이 있을 정도로 부동산 거래가 많았던 지난해 9월 50.7로 고점을 찍은 이 지수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3월에는 1.3까지 내려왔지만, 4~6월에는 계속 높아지며 6월 기준 10.0을 기록했다.
매수자가 많은지 매도자가 많은지를 보여주는 매수우위 지수를 들여다보면, 역시 지난 3월 37.9로 저점을 찍은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하며 6월에는 51.0을 기록했다. 아직 매도자가 많지만 매수자 비중이 커지는 셈이다. 이 밖에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8억1290만원이 됐고, 중위매매가격 역시 2개월 연속 오르면서 8억3754만원이 됐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으로 보기 어려운 장세라는 점,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크게 오를 환경은 아니라는 점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주택 시장이 물건 성격이나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획일적으로 오른다거나 내린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재건축은 급매물이 팔리면서 일부 상승세로 이어졌지만, 다른 일반 아파트는 큰 움직임이 없고, 지역별로도 사정이 제각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서울 아파트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박 위원의 생각이다.
박 위원은 이어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볼 때 더는 내려가기 어렵다는 하방경직성을 확인한 정도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했다. 하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많이 오르기도 어렵다고 봤다.
박 위원은 "시장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데다 토지보상금 등 유동성이 풍부해 집값이 오를 여지가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너무 많이 오른 것에 대한 부담과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감안하면 상승 폭이 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재원 기자 tru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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