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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코리아타임스 자료사진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하면서 서울의 신축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는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호가를 낮춰도 매수자를 구하지 못하는 등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쏠려있던 수요자들의 관심이 신축ㆍ준신축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전 고점 대비 3억~4억원씩 떨어졌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4월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8개월 넘게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최근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재건축 시장이 얼어붙는 분위기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에서는 매수 문의가 넘치는데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도가 급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춰 팔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76㎡를 18억원에 팔겠다던 집주인이 호가를 17억7,000만원으로 낮췄지만 매수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내 한 중개업소 대표는 “3,000만원을 낮춰 팔겠다고 하는데 매수자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분양가상한제 공포로 이달 초와 비교해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호가가 19억7,000만원까지 뛰면서 지난해 전고점(19억2,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던 ‘재건축 대장주’ 잠실주공 5단지 역시 규제 소식에 관망세가 강해졌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 1ㆍ2ㆍ4 주구, 신반포3차 등 대표 재건축 단지들 역시 거래와 매수 문의 모두 멈춘 상태다.
입주 5~10년차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김경진기자
이에 대한 반사이익은 입주 5년차 이내의 신축과 10년차 전후의 준신축 아파트로 돌아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심사기준보다도 낮아질 가능성이 큰 탓에 조합과 건설사들이 조합원 부담 증가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재건축을 중단하거나 미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당분간 공급이 줄어 새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에 5~10년차 아파트의 몸값이 덩달아 뛰는 것이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현황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10% 올라 5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는데, 특히 일반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06%로 3주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에서도 서울과 강남권의 5~10년차 아파트 가격은 전주대비 각각 0.05%, 0.07% 올랐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2015년 입주) 전용면적 84㎡는 지난 10일 26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25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2주만의 최고가다. 비강남권에서도 2주 전 11억4,000만원이던 목동 힐스테이트(2016년 입주) 전용 84㎡의 호가가 12억원까지 올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양가상한제가 당장은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겠지만 정비사업 위축 등으로 수년 내 도심에서 신규 공급되는 물량은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 준공 된지 5년 안팎의 새 아파트 시세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현장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해졌고,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선행지표로 여겨지며 서울 아파트값을 견인해온 재건축단지의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일반 아파트값 역시 ‘나홀로 상승’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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