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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대책 2년, 핀셋 규제의 역설… "정부가 투자처 찍어준 셈"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 20층이 올 6월 2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비슷한 층(17층)이 2017년 7월에는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올 6월 15억원에 거래됐다. 2년 전 비슷한 층수의 거래 가격은 9억5000만~9억6000만원 선이었다. 두 아파트 모두 2년 사이에 50%가량 집값이 뛴 셈이다.
정부는 2017년 출범 후 최대 부동산 대책으로 꼽히는 8·2 대책을 발표하면서 강남구와 마포구를 포함한 서울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온갖 규제를 쏟아부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이 최대 20%포인트 높아졌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집값의 60%에서 40%로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규제의 타깃이 된 서울 집값이 되레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핀셋 규제라는 명목으로 서울과 특정 지역을 규제한 것이 결과적으로 유망 투자처를 찍어준 꼴이 됐다"고 비판한다.
◇전국 집값 1.5% 빠졌지만, 서울은 8%↑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로 지목된 지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2017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1.49% 떨어졌다. 반면 모든 자치구가 투기지역 혹은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은 7.71%가 올랐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전체 평균은 0.29% 오르는 데 그쳤지만, 투기과열지구인 과천은 9.98%, 성남 분당구는 11.79% 올랐다.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안산시와 평택시가 10% 내외로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투기과열지구인 대구 수성구도 11.3% 급등했다. 같은 대구 시내 북구는 1.19% 오르는 데 그쳤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규제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 다주택자들이 지방과 수도권 외곽 집은 처분하고 서울에 자산을 집중하는 현상이 빚어낸 부작용"이라며 "집을 한 채만 사야 한다면 살기 좋고 유망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 더 몰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투기과열지구는 투기유망지역이라는 뜻"이라며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강남을 포함한 버블세븐 지역 집값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이후 더 큰 폭으로 올랐던 일을 국민 모두 경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거래 절벽·대출 규제에 실수요자 피해
집값 양극화 외에도 8·2 대책 후 시장에서는 다양한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거래 절벽 현상이다.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56만3472건으로 직전 5년 평균(68만4402건)에 비해 18%가량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우려로 거래가 줄었던 2007년(53만9792건)과 2012년(50만3587건)을 제외하고는 가장 적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거래량도 23만1760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여파로 거래가 급감한 작년 상반기(28만7665건)보다 20%가량 더 적다.
문제는 거래 절벽으로 실수요자도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 피해를 보는 데다, 가격 하락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 교수는 "양도세 중과로 시장 매물이 점점 귀해지고, 살 집을 구하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은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에 집을 사게 된다"며 "몇 안 되는 공급 매물에 수요가 몰리다 보니 가격을 내리려는 정책 효과가 떨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는 법인 설립으로 규제 회피
반면 다주택자들은 주택 증여와 법인 설립을 통해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동산 법인은 3151업체가 설립됐다. 2017년 4분기(2097개)에 비해 50%가량 늘었다. 특히 작년 9·13 대책 이후 급격히 부동산 법인 설립이 증가했다. 신설 부동산 법인 설립은 작년 3분기 2356개에서 4분기 2957개로 증가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는 "주택을 팔 때 다주택자는 최고 62%의 양도세가 중과되지만, 법인의 경우 기본 법인세율 20%(소득 2억 초과~200억원 이하)에 비사업용 부동산 처분 시 10%포인트를 추가하면 세율이 32%에 불과하다"며 "다주택자가 양도세 절감을 위해 법인 설립을 문의하는 상담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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