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
정부 ‘시그널’ 넘어 ‘칼’ 뺄지 주목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확대 적용 채비를 서두르는 가운데 ‘정책 대 시장’의 기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10월 개정안 적용을 앞두고 ‘뽑지 않은 칼집’을 내보이며 시장을 으르는 정부와 언제든 매수할 채비를 갖춘 시장 내 투자수요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8월 2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04%, 전세가격은 0.03% 하락했다. 전국 기준 지난주 대비 하락폭이 확대되며 거래가뭄 및 불황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올라 나홀로 상승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이 다소 축소됐다. 지난 12일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 발표로 인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주요 인기 재건축단지 시세가 사업 지연 및 수익성 악화 우려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4구는 서초(0.05%) 강남(0.03%) 송파(0.02%) 강동(0.02%) 모두 상승 유지됐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한동안 급등했던 재건축단지 가격이 하락했지만 인기 신축단지가 상승세 바통을 이어받아 전반적으로 강보합세가 유지됐다.
15일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큰 폭의 변화 없이 0.09%를 기록, 상승세를 유지했다. 다만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83.3) 대비 하락한 82.7를 기록, 상한제 영향권에 들어섰던 8월부터 매도자 우위가 확연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는 “강동구와 영등포구 등 몇몇 구가 상대적으로 약강세를 보이지만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시장심리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통계상 뚜렷한 ‘시세 꺾임’ 현상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정부와 시장의 기싸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0월 초 시행령이 나오기까지 추가적 당정협의 가능성도 열려 있고, 정부 내에선 기획재정부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사이 부처 간 조율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분위기다. 시장 동향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 범위 및 시점이 신중히 재조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와 규제 적용 대상·시기를 결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결국 국토부의 입김 아래 있다”며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손에 쥐고 시장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실제 상한제 적용을 위한 후속 단계가 남아있는 만큼 정부가 규제 시그널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칼을 꺼내들지 여부를 두고 시장 주체들의 고민 역시 길어지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