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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만 해도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역(逆)전세난’을 우려했던 서울 전세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전세를 내놓는 사람보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전세금도 오르는 중인데, 앞으로도 전세금이 오를 일만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월간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0월부터 2개월 연속으로 0.2%대 오름세를 보였다. 상반기 내내 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한 데 이어, 상승폭도 점차 확대되는 중이다.
전세금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최근 수년 동안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며 집 사기가 어려워진 여파다.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며 ‘로또 청약’을 위해 집을 사지 않고 전세에 남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한 몫을 했다.
전세 수요와 공급 동향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도 지난달 25일을 기준으로 152.0까지 상승했다. 올해 들어 최고치다. 0~200 사이로 산출되는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점인 100을 넘을수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주택가격동향을 봐도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41% 상승하며 지난 2015년 12월(0.74%) 이후 약 4년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문제는 내년 이후에도 전세금이 내릴 가능성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입주량이 줄어드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내년 2분기부터 서울과 주변 경기권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데 입주량이 줄면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은 내년까지 아파트 입주 물량이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 등 택지지구사업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용인, 수원, 성남, 화성동탄 등 서울 인근 주요 도시의 입주 물량은 지난 2018년을 정점으로 가파르게 줄고 있다"며 "서울 주변 도시의 입주 물량 감소에 서울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가세하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입주 물량은 약 4만3000가구에 달했던 올해를 정점으로 줄어든다. 오는 2020년에는 올해와 비슷한 4만3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지만, 2021년에는 절반으로 줄어든 2만1700여가구에 불과하다.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세 물건이 더 귀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도 전세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채 위원은 "경기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줄어들고 최근 지방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면 서울 시내 주택 매매 수요가 조정지역에서 해제된 경기도나 부산 등 지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2021년부터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들 예정이라 서울은 입주장이 마무리되고 전세시장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히 대학입학제도 개편이 서울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소위 ‘강남 8학군’과 목동 등 학군 선호도가 높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 전세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2023학년도 입학 전형에서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적용받는다. 정시 비중이 커지면 소위 ‘명문 학군’으로 유명한 서울 일부 지역에 집을 얻어 이주하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전세 품귀 현상도 보이고 있다. 서초구 ㅂ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수능(수학능력시험)이 다시 중요해지면서 강남 학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반포 쪽에서는 매매 물건이든 전세 물건이든 시세보다 1000만원이라도 저렴한 것은 하루, 이틀이면 계약이 될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학군을 노린 이사는 이미 시작됐고 이사철이 겨울 방학까지 이어질텐데, 매물이 잠긴 상황에서 정시 확대와 자율형사립고 폐지까지 맞물리면서 강남·서초·송파구는 전세 물건도 없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입주 물량이 있는 강동구도 입주장이 끝나는 내년 봄부터 전세 물건이 부족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전세 시장은 입주 물량과 학군 수요에 따라 국지적으로 강세장이 나타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반적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서울 전역에서 전세 물건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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