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규제에도 식지 않는 시장
15억 넘는 거래 절반 이상 차지
신학기 전세 계약 마무리 수순
‘우한 폐렴’ 시장 변수될 지 주목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와 인근 상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서울 고가주택에 대한 정부의 잇따른 초강력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학군 강세’ 지역으로 대표되는 강남구 대치동과 서초구 반포동에 대한 전세수요가 식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같은 강남권이라도 학군과 입지, 신축 여부 등에 전셋값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초양극화 현상이 올해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학군강세 대치동·반포동이 초고가 전세 중 50% 넘어=29일 헤럴드경제가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전세 계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날 기준 15억원 이상 계약 중 대치동과 반포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별로 보면 12·16 이후 이뤄진 64건의 초고가 전세계약 가운데 대치동과 반포동이 똑같이 17건을 기록하면서 전체 중 53.1%를 차지했다.
이어 학군 선호도가 높은 양천구 목동이 5건으로 집계됐고,
서초구 잠원동과 성동구 성수동1가는 각각 3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비싼 전세계약은 지난달 16일 계약이 이뤄진 성동구 성수동1가의 트리마제 전용면적 215㎡, 35억원이었다.
이어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가 27억5000만원,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177㎡이 27억원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단지별로는 지난 2015년 준공한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에서 15억원 이상 전세 계약이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반포동의 대장주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8건)와 래미안퍼스티지(5건) 등에서도 초고가 계약이 꾸준히 이뤄졌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전세시장은 전통적인 부촌 지역 아파트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한 바 있다.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전용 244.32㎡과 ‘효성빌라 청담101’ 전용 271.99㎡가 지난 작년 3월과 7월에 모두 보증금 45억원에 계약이 이뤄지는 등
서울 전세시장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대출규제로 다른 지역에선 초고가 전세 나오기 어려워 정부의 대출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서
당분간은 대치·반포동 지역 이외에 초고가 전세 계약이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SGI서울보증은 서울의 9억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해 전세대출보증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부터 주택금융공사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적보증기관이 시가 9억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해 보증을 중단한 데 이어,
민간보증기관도 고가주택 1주택자에 대한 전세보증을 중단한 것이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인근의 A공인중개사는 “이사 시기 등을 감안하면 신학기를 앞두고 이뤄지는 전세 계약은 이제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며
“(12·16 이후) 매매는 사실상 거래가 끊겼고, 현금부자들을 중심으로 실거주와 학군 등에 대해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형 평수의 전세 매물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밝혔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서울 전세시장 전망과 관련 “한국 사회가 여전히 ‘맹모’에 대한 인식이 강하고,
대치동 같은 경우 방학 기간에도 전국적으로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기 위해 찾고 있다”며
“같은 강남권이라도 학군 인기 지역이냐 아니냐에 따라 전세 가격 차이가 계속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설 연휴 이후 ‘중국발 우한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면서 전세시장에 또다른 변수가 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강북의 학군 인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마포구 염리동의 B공인중개사는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이기도 하고 우한폐렴 여파 때문인지 매매·전세 문의가 뚝 끊겼다”며
“나 같아도 당장 집을 보러 오기보다는 주변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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