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초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은 이른바 ‘무순위 청약’이다.
당첨 청약점수가 날로 높아지자, 추첨에 도전하는 것이 오히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최근 경기 수원시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수천 대 1까지 치솟고 있다.
운만 좋으면 청약통장 없이도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무순위 청약을 ‘줍줍(줍고 줍는다)’이라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은 한동안 무순위 청약 기근을 겪었다. 정부가 지난해 5월 투기과열지구의 신규 아파트 청약 예비당첨자 수를 공급물량의 500%까지 늘렸기 때문이다.
줍줍 족에 앞서, 청약통장을 가진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더 주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서울에서 무순위 청약 매물이 20가구 이상 나온 아파트는 지난해 6월 강남구 디에이치 포레센트가 마지막이었다.
서울의 무순위 청약 아파트가 8개월 만에 나왔다.
9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강서 크라운팰리스 50가구에 대해 11일 무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된다.
이 아파트는 선시공 후분양 방식으로 청약 접수를 받았는데, 이후 당첨 포기자가 다수 발생했다.
수억원에 달하는 잔금이 원인이었다.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는 중도금이 없어 분양가의 90%에 달하는 잔금을 일시 납부해야 한다.
강서 크라운팰리스의 분양가는 2억4,300만~2억9,800만원이었다. 청약 당첨자가 한 번에 내야 할 잔금이 2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11월 청약 접수 당시 전용면적 29.85㎡A 경쟁률은 9.67대 1까지 기록했으나, 정작 당첨자 및 예비당첨자 다수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달리 강서 크라운팰리스의 ‘줍줍’ 경쟁률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전체 72가구인 미니 아파트인데다, 전용면적이 모두 33㎡ 미만이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 즉시 입주가 가능해 임대사업자의 관심은 높을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소형 물량이 많지 않을뿐더러, 취득세율도 1.1%에 불과해 오피스텔(4.6%)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서울의 무순위 청약 아파트는 나올 수 있다. 분양가 규제 때문이다.
후분양제는 선분양제와 달리 분양보증이 필요 없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HUG 규제가 4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보다 더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건설사는 미분양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후분양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후분양제 아파트는 선분양제보다 자금 마련이 어렵기에, 청약에 당첨돼도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일부 발생할 수 있다”며
“인기 높은 대규모 단지보다는 1, 2동 짜리 ‘나 홀로’ 아파트단지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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