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들 주변 지역에서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지역을 누르면 옆동네가 오르는 ‘풍선효과’가 반복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보다는 공급 확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값 지지부진했던 수원·용인의 반전
14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으로 수원 권선구 아파트 값은 일주일 만에 2.54%, 영통구는 2.24%, 팔달구는 2.15% 각각 상승했다.
1년 내내 이 정도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1년에 2배 이상 집값이 오를 수 있는 수치다. 감정원이 이 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기도 하다.
용인 수지구도 1.05%의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기흥구도 0.68% 올랐다. 서울(0.01%), 경기(0.39%) 등의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올해 상승률로 보면 이 지역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체감이 된다.
올해 초부터 2월 10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0.19% 오르는 동안 수원 권선구(7.07%), 영통구(6.74%), 팔달구(6.32%)는 6% 넘게 올랐다.
용인 수지구(4.42%)와 기흥구(3.27%), 수원 장안구(3.23%)가 그 뒤를 이었다. 집값이 많이 오른 상위 6개 시·군·구가 모두 수원과 용인 지역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오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현재 경기도 성남과 수원 팔달구, 용인 수지·기흥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담보인정비율(LTV)이 60%,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0%로 적용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주택 이상 때 종합부동산세 추가 과세 등의 규제도 있다.
이들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른 시기는 12·16 대책 이후부터다.
이전까진 과천이나 성남 분당구 등 경기도에서도 전통적으로 집값이 비싼 지역이 수도권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이전 한달가량 주간 상승률을 보면 수원은 0.07~0.35%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16일 기준 0.44%를 기록하며 집값 상승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올해 1월 6일 기준으로 0.20%로 상승폭이 줄었지만,
이후 0.70% → 1.00% → 0.95% → 0.95% → 2.04%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풍선효과만으로 이런 급등이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수원과 용인은 서울 집값이 솟구치던 시기에도 지지부진했던 곳이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3.79%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원(12.37%)과 용인(10.32%)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눌
려 있다 어느 순간 튀어오르는 이른바 ‘용수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다고 모두 오르는 건 아니다. 수원과 용인은 도시 인프라가 노후화되긴 했지만, 열악한 지역은 아니다.
특히 수원 영통구와 용인 수지·기흥구의 경우 삼성전자와 판교라는 거대한 일자리 수요를 곁에 두고 있다.
분당선과 신분당선이 있어 철도환경도 좋다. 언젠가 집값이 꿈틀거릴 것이란 기대감이 만연했던 지역이란 얘기다.
여기에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과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택지개발·도시개발사업 등을 통한 새 아파트 공급 등이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들썩였다.
투자심리가 들썩이면 자연스레 실수요도 움직이게 된다.
새집과 ‘키 맞추기’를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인프라가 탄탄한 구도심인 영통이나 수지 등으로 몰리면서 집값도 오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용·성 규제 지정하면 오·동·평 과열 우려
수·용·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과연 풍선효과는 끝날까. 전문가들은 이렇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수·용·성이 오를 만큼 올랐고 곧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것이란 소문에 이미 수요자는 비규제지역으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용·성 수요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인근 오산·동탄1·평택 등이다.
이들 지역은 교통이 좋은 경부 축 주변에 있는데다 일자리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곳이란 공통점이 있다. 규제도 없는 지역이다.
모든 지역이 들썩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특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며 최근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곳도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활발한 정비사업과 광역교통 개발이 이뤄지는 인천 구도심과 송도·청라, 산본 등도 이들과 함께 거론되는 곳이다.
오산의 경우 세교2지구 등 택지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동탄신도시와 가깝다는 것이 부각되고 있다.
수도권1호선 세마역과 오산대역, 오산역 등을 통해 수도권과 서울까지 이동할 수 있는 철도환경도 갖췄다.
최근 ‘세교지구호반베르디움’ 전용 85㎡가 3억88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동탄1신도시는 동탄2신도시 때문에 집값이 지지부진했던 지역인데, 최근에는 동탄2 덕분에 집값이 들썩인다는 말이 나온다.
동탄2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니 오를 여지가 있다고 수요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반송동 ‘동탄시범한빛마을아이파크’는 지난 1월 16일 전용 84㎡가 6억9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초 거래와 비교하면 7000만원쯤 오른 값이다.
평택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캠퍼스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지만,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라는 강력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 집값이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요자가 느는 것.
수서발고속철도(SRT)를 이용할 수 있는 지제역 인근이나 삼성전자가 있는 고덕국제신도시 중심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덕제일풍경채’의 경우 전용 85㎡ 분양권이 4억881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고,
‘고덕신도시자연앤자이’는 전용 85㎡가 이달 1억원 가까이 오른 5억원에 거래됐다.
◇"규제 남발하면 시장은 더 꼬인다… 풍선효과 계속 나타날 수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를 남발하는 방식으론 풍선효과가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이곳저곳 부풀어 오르는 지역을 따라다니며 수요만 억제하다 보니 시장이 더 왜곡됐다고도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용·성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이 지역 수요를 막겠다는 뜻인데, 수요를 계속 억제한다고 집값이 잡히느냐"면서
"경부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주변으로 풍선효과가 번질 텐데 이런 지역이 오르면 또 이상한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규제 남발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더 꼬이게끔 한다"면서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공급을 막았는데, 이 시스템을 복원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용·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 투기수요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중에 풀린 자금이 많은데 비해 대체 투자처가 없어 수·용·성 외 다른 지역 풍선효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안평역 지점장도 "최근 들어 동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은 자금이 규제가 적은 곳에 쏠리는 현상은 또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